본문 바로가기

여행

갑자기 떠난 후쿠오카

강릉을 알아보고 있었다.

엄마랑 이모랑 동생이랑 나랑 여자 넷이서 강릉이나 다녀오자고.

마침 넷이서오만원하는 강릉행 할인이 있어서 코레일을 뒤지고 있었는데 이미 다음주까지, 그다음주까지 표는 매진이었고 일반 열차도 다음주까지 골든타임엔 매진이었다.

그럼 어쩌지? 이런시간에 갔다가 저런시간에 올까? 
이러면서 이리저리 표를 알아보다가 걍....걍...네이버에 항공권예약을 검색을 했는데 이번주 토요일 일요일 왕복항공권이 일인 십칠만원정도...

동생아, 우리 커피마시러 후쿠오카 갈래?히히.   이번주에?  오키~~

너무 촉박한거 아냐? 여권 지난거 아냐?  막 이러면서 엄마한테 전화하니 엄니는 못가신다고.

그럼 우리둘이 가자.  구래~

이러는 사이 금액은 조금 올라있었지만 왕복항공권 2장 겟.

문득 떠난 후쿠오카.

 

토요일 아침 8시에 인천공항 무슨 한식당에서 맛없는 낙지비빔밥 먹고 체크인.

웹체크인을 해 두었는데 내것만 되어있어서 동생은 발권하고 체크인 했는데, 웹체크인을 해두니 폰을 계속 켜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더 불편한듯.

면세점 쇼핑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일찍 들어가서 돌아보니 mcm 신상이 예쁘게 잘 나왔다.

계획에 없던 것이라 아쉬움 접고 탑승.

티웨이항공은 두번째인데 진짜 시끄럽긴 해.

혹시 비오는건 아니겠지?

좀 있으면 더워서 못갈텐테 날씨가 좋으면 조켔다. 하면서 1시간 조금 넘게 비행 끝내고 후쿠오카공항 도착.

입국 심사대에서 동생이 호텔주소의 알파벳 한개를 잘 못알아보게 썼다고 통과를 안시켜.....

핸드폰으로 주소 찾아서 보여줘도 자기네말로 퉁명스럽게 웅얼거리기만 할 뿐, 도통 말이 통해야지.

한참 표정으로 실랑이 끝에 들어가라는 듯 입국서류를 던지듯 내려놓고 손짓을 기분나쁘게 한다.

테~러~블~  하면서 일단 나와서 한참을 욕을 해 대고는 들어갔다.

한국사람을 싫어하는듯.....

어쨌든 후쿠오카의 날씨는 너무~~좋았다. 히히 다시 기분좋아짐.

살인적인 일본의 교통비를 감당해줄 지하철패스를 사고 (후쿠오카 시내로 다니려면 지하철이 가장 편하다) 셔틀버스타고 공항역에서 전철타고 숙소가 있는 하카타역으로.

후쿠오카는 누구 말처럼 한국사람이 발전시키고 먹여살리는게 분명해보였다.

일본사람보다 더 많은 한국사람. 

어떻게 아냐고?  한국말만 들리니까. ㅋ

하카타에 스시집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우오가시.

우리도 가 보았다

여러개의 통로로 된 커다란 하카타 지하역에서 잠시 헤매다가 찾아간 우오가시. 

작은 회전초밥집인데 요리하시는 분들이 세분. 서빙 3명.  우리아파트 옆에 작은 수퍼마켓정도인데.

좁은 공간에서 종업원들이 쉴새없이 뭐라고 인사하고 주문받으면 복창하고.

옆에서 뒤에서 큰소리가 들리니 맛인지 멋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숙성한 생선을 써서 그런가 씹히는 맛이 국내산 같지 않아서.. 

일단 배를 채우고 나와서 걸었는데 이 하카타역은 통로마다 음식점이다.

아뮤플라자, 쇼핑몰, 식당가가 모두 몰려있어서 규모가 크고 여기서만 구경하면서 먹어봐도 될듯.

숙소인 코트호텔하카타에키마에는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찾기도 쉬웠다.

가는 길에 신호 기다리며 서있는데 어떤 일본인이 자꾸 말을 건다.  일본말 한개도 모르는데 자꾸만.

그래서 에키마에 호텔 간다고 했더니 에키마에만 알아듣고 다른 지역으로 생각한듯 자꾸 다른 길로 가라고 손짓을....

영어로도 안통하니 우리가 아는 한마디만. 아리가또고자이마쓰~

가는길에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는데 상점들이 다 작다.

체크인은 3시지만 1시반쯤 가니 체크인이 되어서 땡큐.

리셉션직원이 영어를 섞어서 말을 하는데 발음이 엄청 되다.

쩪인? 오께이. 땡뀨. 하면서 키를 주는데 동생이 받으며 방호수를 보고는 '오빽빨오?' 이러는....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없이 나온 된발음에 배꼽빠지게 키키덕거리며 올라갔다.

키는 구식이었지만 호텔은 깔끔하고 생수빼고는 다 있다. 이 좁은 방에 어떻게 다 있을수 있는지.

침대 화장대 옷장 냉장고 tv 드라이 옷걸이 가운 슬리퍼 수건 등등

심지어 저 침대는 2인용이다. 2인용 싱글.

대충 편하게 갈아입고 다시 밖으로.

커낼시티가 있는 텐진까지 걸어가기로.

여행지에서는  걷는걸 좋아한다.  두발로 동네 골목을 걸으며 그 곳만의 숨겨진 공기를 느끼는게 좋다.

언뜻 큰 건물들은 서울이나 일본이나 비슷한듯 해도 걷다보면 그곳만이 품고있는 기운, 감성이 조금씩 느껴진다.

작은가게의 인테리어, 건물색깔, 신호등에서 나오는 멜로디, 길의 정돈된 모습, 동네의 냄새 등에서.

 

한참 걷다보니 카와바타시장이 나온다.

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구시다신사.

명성황후를 시해한 당시의 칼을 보관한 신사로 불로장생과 번성의 신을 모셨다고 한다.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으나 '신사'를 모시는 일본문화를 보기 위해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는 안 들어가기로.

 

카와바타 시장은 매우 깨끗했다

지붕이 있고 바닥도 깨끗하고 상점들도 정리가 잘 되어있다.

우리 재래시장처럼 생선이나 야채를 파는 가게는 없다.  관광지라서 그런건가.

그래서 깨끗하다.

여기도 유명한 맛집들이 있다고 한다.  우린 모르기도 했고 통과.

5월1일부터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아마도 경축깃발을 달아놓은것 같았다.

 

시장끝에 다다르니 쇼핑몰이다.

커낼시티, 돈키호테나카스점, 100엔샵등등...우린 쇼핑에는 관심없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인데 왜때문에 여기와서 쇼핑을 할까....하고 샵들을 다니면서 금액을 보니 별 차이도 않난다.

어떻게 생겼나 휙 둘러보다가 다시 나와서 걸었다.

이치란라멘본점이 딱 보이니 그 맛을 좀 보자 

요렇게 나오는데 삶은계란을 잘라서 노른자랑 같이 먹으면 돼지냄새가 덜나고 김에 싸먹으면 돼지냄새가 덜 난다.

전형적 일본라멘.

이걸 어찌할까...이 차고 넘치는 느끼한 냄새를.. 찐한 아메리카노만이 우릴 구해주리라.

나카스 강변에 있는 카페로.

팬케이크가 유명하다는 카페 'bills'가 강건너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예쁘고 시원한 카페로 정했다.

bills는 크고 화려해 보이는게 딱 외부손님 접대용 건물같이 생겼다.

우리가 들어간 카페 이름이.....

구글이 알려준다.  water site otto.  니시테츠인후쿠오카호텔 1층 카페.

아메가 지~인짜 진하다.  

종업원들이 참 친절하다.

대충영어로 커피를 주문하니 홋또가꼬르~  이러길래 못알아듣고 ....에? 이러고 쳐다보니 hot or cold를 가리키며 홋또가꼬르~.    아~이것이 일본식 영어발음이구나. 그래서 호텔직원 발음도 그렇고....

집에와서 일본어 좀 할줄 아는 아들한테 홋또가꼬르~ 했더니 바로 맞춘다.

 

뭐할까...하다가....모모치해변 석양이 이쁘다하니 보러가자.

후쿠오카의 중심지인 텐진역에서 전철을 타고 니시진역에 내려서 걸어가기로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이상하다.

니시진은 지났고 이번역은 후지사키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차이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니시진에서 가는게 훨씬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역을 잘못내린 덕분에 우린 무로미강가의 조용하고 고급스런 동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실수를 하는데 치명적이지 않고서는 이런 실수들이 훨신 더 큰 감동과 기억을 남기는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런 계획없는 여행이 좋다.

20분 걸어서 도착한 모모치해변.

싹다....모두다.....한국사람.

여긴 서울해변이라고 별칭해도 될듯하다.

모모치해변이  유명한건 마리존 웨딩홀때문 아닐까.  

해가지고 불이 켜지니 더욱 예쁘다 

해변가에는 포차와 레스토랑인지 펍인지 뭐 그런곳들이 몇몇개

그중 우리는 맘마미아라는 곳에서 스파게티와 뭐랑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없어서 기억이 안난다.

해가 지니 후쿠오카타워에 파랑불이 들어왔다

간신히 한개 나온 사진

늦기전에 나카스 야타이로~~ 

여수에서 즐겼던 포차거리를 상상하며 기대하며 도착한 야타이는 작았고 좁고 획일적이고 개성이없다.

바글바글 한국사람.

근데 토요일밤이라서 그런가 낮에 들리지 않던 일본말들이 많이 들린다.

불켜진 나카스강변을 감상하다가 우리는 조용한곳에 모르는 이자카야 가서 비루한잔 먹자 하고 밤길을 헤맸다.

그런데 텐진이 워낙 번화가라 조용한 골목이 별로 없다.

조용한 골목에는 교복입은 여인, 드레스입은 여인, 승무원복입은 여인들의 그림이 잔뜩 그려진 뭔지 모를 umtanghami....... 그리고 남자들만. 궁금하지만 모르는 동네니까 얼른 지나가자.

밤거리를 걷다가 시장 다 가서 어느 작은 이자카야.

테이블 4개정도 규모로 손님들로 좀 시끌시끌했지만 그마저도 좋은.

메뉴에 그림이 없어서 두리둥절 하고있는 우리에게 젊은 주인이 한국말로 된 메뉴판을 준다. 

역시 후쿠오카는 한국인 관광지였다.

눈에 익은 단어로 된 돼지갈비스테이크머라머라 하고 나마비루 2잔.

일본은 음식보다 맥주가 비싸다. 

먼저 나온 생맥주를 마시며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주문한 돼지고기가 나왔다.

진짜 스테이크다.  겉만 익히고 속은 빨갛게 육즙이 나오는.

돼지고기를 생으로?  먹어도 돼나?  이러면서 한점씩 먹는다.

냄새가 한개도 안나.  쇠고기만큼은 아니지만 부드럽다.

내가 육류요리를 즐겨하지 않아서 그렇지 고기맛이 괜찮다.

돼지고기를 매우 좋은걸 쓰나보다.  미듐으로 먹는 돈스테이크

간단하게 먹고 나오는데 젊은 주인이 문밖까지 나오며 인사를 한다.

아마도 한국사람이라서가 아닐까.

이런 블로그에 올려주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한국 손님들한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거  아닐까.  아님말고.

지나가고 있는 1박의 밤이 아쉬워 동네 한바퀴 더 걷고 숙소에 들어가 숙면.

다음날 아침

텐진호루몬에 들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아쉬운 마음 안고 역을 향해 걷다가 어제밤에 봤던 여기 가정식하는덴가봐~ 했던 그 음식점을 지나가다가.....이른 아침인데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아침먹고 가자.

돌아와서 찾아보니 쇠고기덮밥집 마츠야.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중에 제일 괜찮은.

내 입에는 좀 짰지만 싸고 괜찮은 규동집으로 꽤 유명한듯 하다.

우리가 간 시간에는 한국사람은 우리뿐.

난 기본으로 시켜서 냠냠.

이번 후쿠오카는 맛집빼고 다 좋았던 여행이다.

전철타고 공항으로. 뱅기타고 한국으로.

 

이렇게 소나기같은 이번 여행이 끝났다.

얼마전 부산도 이렇게 번개같이 다녀왔는데 계획하고 떠난 여행보다 이런 소나기같은 여행이 좀 더 좋다

아무것도 한것 없는것 같은데도 좋다.

 

이제 잠시 빈 곳간을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