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하는 올해 노트의 맨 앞장에 '봄-부산'이라고 써놓은걸 기억한 5월 중순 수요일 저녁.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번 주 주말에 다녀와야겠다 하고 금요일 오후시간으로 기차표 후딱 예매.
몇 년 만에 가보는 부산인가.
어릴적부터 너무나도 좋아하던 부산. 아웅~~~설렌다 설레에에~~~.
스팟대로 다 가본건 아니지만 방향으로만 따지면 동서남북 다 다녀본 나름 관록(?) 쌓인 여행나이인데 부산은 너무좋다.
다른건 물론이고 부산바다, 부산비, 부산아스팔트, 부산먼지, 부산길체증 ,따가운부산햇볕, 부산비린내, 부산사람등등 마저도 안좋은게 없다. 다만 음식이 딱히 맛나지는 않는다는 것.....도 좋다. 난 까다롭지 않으니까.
여튼 부산은 전부 오케이~ 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다
그도 그럴것이 한번도 바가지를 써본적이 없고 여행대비 비싸게 지불한적이 없고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본적도 없다.
사투리 또한 얼마나 정스럽나...우락부락한 택시 기사님도 한마디만 하시면 귀여운 케릭터로 변신한다.
이런 부산을 다녀온지가 까마득한 6년전이라니......
부산갬성 가득 담고 와야지.
혼자 갈까 하다가 일상에 너무 지쳐있는 친구 하나 동반해서 출발~~~~~~할라다가 기차 노. 침....ㅠㅠㅠ
일부러 시간 맞추느라 2시에 출발해서 광명역으로 이동했는데.. 2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 1호선 광명선이 한 시간에 한대라니.. 그날따라 흐리멍덩해진 판단력이 택시를 타면 길 막혀서 길에다가 돈 뿌리는 거라고.
광명역에 도착하니 10분이 지나고 먼저 온 친구는 처음 여행이라 어찌해야 되냐고 그냥 홍대나 가야 하는 거냐고.
코레일 앱을 켜니 이후 시간 기차표는 모두 매진... 하지만 시간이 임박하면 늘 반환 표가 나오는 법이다.
몇 번의 들락거림 끝에 다음 차 특실 2장 겟. 휴... 속은 아프지만 부산은 꼭 가야지.
특실 참 좋네.
일반석과 달리 1인석과 2인석으로 배치가 되어있어서 자리 간격이 넓다.
쿠키도 주고 견과류도 주고. 냠냠.
다리도 쭉 뻗을 수 있고 충전코드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특실 사이 복도에는 보조의자가 있어서 편리하게 쓸 수도 있다.
자리에 앉으니 술애호가 친구가 맥주와 샌드위치를 꺼내놓으며 '이거 마셔도 돼? 기차에서 술 먹어도 되는 거야?' 한다.
이 친구.... 결혼하고 가족들 빼고 혼자 여행은 처음이란다.
세. 상. 에. 나...
가족들과 여행 때도 차로만 이동하고 본인도 자차로만 이동하니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나보다 더 설레어하는 친구. 같이 오길 잘했어.
전날 설렘에 못 잔 잠 좀 자고 눈떠보니 이번 역은 종착역인 부산역입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엄청나게 커진 부산역. 서울역보다 큰 듯.. 공항같으다...ㅋ
지하철 타러 밖으로 나가니 추억의 역 광장은 없어지고 공사가 한창이다.
20대 때 밤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새벽에 내리면 광장 한쪽에서 파는 어묵이랑 토스트랑 사 먹는 게 또 재미였었는데.
그때는 KTX가 없었고 무궁화호 밤 기차를 타고 5시간 달려 새벽에 도착하는 여행객이 많아서 푸르스름한 새벽에도 광장에는 먹거리 포장마차가 있었다.
새벽 포장마차뿐만 아니라 아침 첫 버스를 타고 해운대, 광안리로 가면 이미 해변가에 커피숍들도 문을 열었고 심지어 화장실에는 세면도구에 드라이까지 구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 부산은 이미 여행의 메카로서 준비를 잘해 놓았던 것 같다.
지하철이 없던 그때는 버스시간 기다리느라고 삼삼오오 모여서 재잘재잘 떠드는 여학생들부터 의자에 쪼그려 누워 자던, 일 마치고 밤새 달려온 직장인 등 여러 사람들을 잠시 머무르게 했던 대합실조차도 낭만적이었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자정이 넘어서 도착하면 돈 없는 여행자들은 인근에 목욕탕에서 버스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그렇게 불편하고 빈 주머니였지만 떠나고 싶던 여행. 부산.
노숙자분들이 주욱~ 앉아있는 지하철역 입구를 지나 숙소가 있는 남포역으로.
친구가 남포동에서 꼭 놀아야 한다고 해서 숙소를 남포역으로 했는데 완전 굿초이스였던 거.
지하 남포역에서 나가는 길에 1장에 천 원~이라고 써진 옷가게 발견~~~ 아줌마심 발동.
천 원 쇼핑으로 티 2장과 반바지 겟.
구글이 참 편하다. 지도가 내비게이션.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묵을 k게스트하우스 남포.
이곳은 외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가방을 던져두고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남포의 번화가다. 시작되는 곳이다. 쪼끔 떨어져 있다
조금 걸어가니 난전을 펼친 시장.
일단 군만두와 뭘 먹었는데... 생각이 안 난다. 너무 맛없다.ㅠ
사람들이 아주 많다. 다 여행객들인가? 부산 젊은이들이 다 여기로 온건가? 싶을 정도로 많다.
맘에 드는 골목으로 들어섰더니 부산이 아니라 일본의 작은 골목길 같다.
이자카야 같은 일본식 주점과 생맥집 같은 한국식 술집, 음식점, 미용실 등이 들어선 골목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일본 골목이다. 부산에서 느끼는 이웃나라의 밤거리.
BIFF거리를 구경하며 꽤 걷다 보니 깡통시장, 국제시장 가는 길.
거짓말 진짜 조금 보태서 우리 동네만 한 규모의 여러 시장이 번쩍번쩍 불을 밝히고 있다
늦은 시간이라 깡통시장은 가지 않고 미술의 거리라고 푯말이 붙은 지하도를 구경하기로.
그림 전시는 물론 가죽, 나무, 한지, 염색 등 작은 공방들이 있어서 체험도 할 수 있고 제작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관심 밖인 곳이라서인지 사람은 없고.
늦게 도착했던지라 시간은 8시를 넘고 친구가 부산 왔으니 회를 먹자고.
숙소 바로 앞이 자갈치시장이라 그쪽으로 이동하는데 부산분이 말씀하시기를 자갈치에서 회 먹으려면 9시 전에 들어가야 한단다. 갑자기 걸음이 바빠.
시장에서 이어진 길이라 곧 도착한 자갈치시장은..... 소래포구 어시장같으다..ㅠㅠ 어떻게 된 거야~~
시장 뒤편 밤바다 구경을 잠깐 한다.
바닷바람. 어두운 바다. 불빛. 부산 밤바다.
남항대교와 멀리 송도 쪽이 불빛으로 보인다. 내일은 가까운 송도로 가야지.
자갈치시장을 나와서 인근에 횟집을 검색했더니 알쓸신잡에 나온 '부산 횟집'이 가까이에. 고우 고우~~~
2019/06/12 - [리뷰] - 부산여행 - 부산횟집
잘 먹고 잘 마시고 나오니 동무 여사님 밤문화를 느끼시자고 왈왈. 일헌......... 이쪽 밤도 조흔데...ㅠ
12시가 다 됐는데.. 노래방 재미없고, 나이트는 가까이에 있나? 안 가고 싶은데..
그냥 맥주 한잔 가볍게 더하자고 해도 불통.
두리두리 살피더니 어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조명등이 빙글빙글 돈다.
저기다~!!! 나를 막 끌고 가심. ㅠ
가까이 가서 보니 ㅋ 스탠드 빠 ㅋ 미친ㄴ........
여자 둘이서 스탠드 빠라니요.....
입구에 들어서니 온 시선집중.. 이래 봐야 다 마담들이고 두, 세 테이블 한두 명씩 앉은 손님들... 휴.. 그나마 다행.
좋단다.. 여사님... 기본 맥주에 마른안주. 자꾸 노래하란다. 자기 놀게.
그래! 이왕 온 거 놀아보세~~~ 노래하고 춤추고 신나게 한판~~
숙소에 돌아오니 3시다.
원하던 거 다 하신 날. 회 먹고 밤문화 알차게 즐기시고.
그렇게 짧은 시간을 길게 쓴 첫째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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